최경주 말재주, 마스터즈 우승감~ success

[매경이코노미] 에서 퍼온 글입니다.

매경이코노미............................제1553호... 2010. 4. 28


최경주 말재주, 마스터즈 우승감

'탱크’ 최경주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완도 백사장에서 익혔다는 벙커샷? 빠른 그린을 요리하는 퍼팅 실력? 마스터스 4위에 빛나는 명품 드라이버샷? 아니다. 최경주를 알면 알수록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바로 ‘말’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떻게 저렇게 표현을 잘하는지, 골프선수가 아니었다면 말로 먹고사는 아나운서나 강사가 됐을 것이다.

15년도 더 된 얘기다. 그도 프로 초년병 시절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우승을 할 듯 할 듯하면서도 한 방 터지지 않으니 본인이나 주변에서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그래서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우승하기가 왜 그리 힘듭니까?” 당시 나온 최경주의 말이 걸작이다. “방귀도 자주 뀌다 보면 똥이 나오지 않습니까. 준우승을 많이 하다 보면 반드시 우승하는 날이 찾아올 것입니다.” 준우승을 방귀에다, 우승을 똥에다 비유했으니 얼마나 투박하고 촌스러운가. 이 황당하고도 당황스러운 최경주의 대답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우승 횟수가 늘어나고 인터뷰도 많아지자 최경주는 어느 순간 달변가가 된다. 특히 최경주의 말을 빛내는 것은 감칠맛 나는 다양한 ‘~론’들이다.

먼저 ‘빈잔론’이다. 2000년 PGA투어에 데뷔한 최경주는 성적이 나빠 다시 퀄리파잉스쿨을 치러야 했다. 당시 그는 교회에 가서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주님, 제가 타수를 생각하며 치지 말게 하시고, 제 마음을 비우고 치게 해주십시오.” 이 기도로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한 최경주는 평생 ‘빈잔론’을 마음에 두고 살게 된다. “골프는 돌아가야 할 때 꼭 돌아가야 합니다. 마음을 비우지 못하면 꼭 직접 겨냥해서 쏘게 됩니다. 그럼 남는 것은 뼈아픈 실패뿐입니다.”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그래서 인지 최경주는 가요 ‘빈잔’을 상당히 좋아한다. ‘계단론’도 있다. “운동선수가 잘 될 때도 있고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계단을 생각해보십시오. 한 계단 올라갈 때가 있고 한 계단 내려올 때가 있는 것입니다.”

‘잡초론’에는 잡초처럼 커온 그의 인생과 골프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온실에서 자란 식물은 바람이 불면 쓰러집니다. 하지만 거칠게 자란 잡초는 절대 쓰러지는 법이 없습니다.” 최경주는 골프선수가 아니라 철학자 같다.

늘 변화를 강조했던 최경주는 지난해 몸무게를 10㎏ 감량했다가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그래서 그 이유와 심정은 어떤지 인터뷰한 적이 있다.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지 상당히 기대하면서(?) 미국으로 전화를 했다. 그의 말투와 대답을 듣고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오 기자님, 비행기가 계속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비행기도 정비를 하거나, 기름을 넣기 위해서 반드시 땅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저는 10년 가까이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였습니다. 이제 잠시 정비를 하기 위해서 내려왔습니다. 정비를 마치고 이제 다시 하늘로 떠야지요. 내년이 정말 기다려집니다.” 이번에는 ‘비행기론’이 나온 것이다. 3월 초 최경주의 세계랭킹은 96위였다. 불과 한 달 새 마스터스에 출전하기 위해 순위를 50위로 끌어올려야 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수군거렸지만 그는 해냈다. 멈출 줄 모르는 ‘탱크’처럼. 그리고 마스터스에서 당당히 4위에 올랐다. 세계랭킹도 33위로 올라섰다. 그의 말대로 그는 정비를 마치고 다시 떠오른 ‘비행기’였다.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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